필리핀의 카톨릭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마지막 당부 말씀

soba 2012. 1. 26. 13:46
 

  

『벗들이여! 태초에 만물을 마련하신 천주께서는 사람을 당신 모습으로 창조하셨습니다.

이렇게 하실 때에 그 분의 목적과 의향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보십시오.

만일 이 험하고 비참한 세상에서 우리가 우리의 가장 높으신 주인과 창조주를 알지 못하면 우리가 태어난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의 생명은 무익한 것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혜로 세상에 왔고 또 하느님의 더 큰 은혜로 성세를 받은 덕으로 그의 교회의 신자가 되어 우리는 참으로 귀중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열매를 맺지 못하면 이 이름이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가 교회에 들어온 것이 아무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배교자가 되어 천주께 배은망덕하는 죄인이 될 것인데, 그의 은혜가 더 풍성하였던만큼 이 배은망덕은 더 미움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농부를 보십시오. 적당한 때에 밭을 갈고 거름을 주고하며 추위도 더위도 고생도 돌보지 않습니다. 밭에 씨를 뿌리고서 추수 때에 곡식이 잘 되고 잘 영글면 그는 땀 흘린 것을 모두 잊고 그의 마음에는 기쁨이 가득하여집니다. 그러나 곡식이 잘 되지 않고 가을이 되어 짚과 빈 이삭밖에 차지가 오지 않으면 땀 흘린 것과 거름과 수고를 후회하고 그 밭을 다시는 보기도 싫어합니다. 아아, 천주의 밭은 땅이고 사람은 좋은 씨앗입니다.

천주께서는 당신 은총으로 우리를 살찌게 하시고 우리를 위하여 사람이 되어 죽으신 그의 성서로 우리를 가르치시고 주교와 목자로 우리를 권면하시고, 그의 성령으로 끊임없이 우리를 가르치십니다. 이 가르치심의 정성이 얼마나 큰 것입니까? 추수와 심판의 때가 이르러 우리가 그의 은총을 가지고 열매를 맺었으면 하늘 나라의 복을 누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열매를 맺지 못하는 풀이라면 하느님의 아들이던 우리가 그의 원수가 될 것이고 마땅히 받아야 할 영원한 벌을 지옥에서 받게 될 것입니다.

지극히 사랑하는 교형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이 세상에 내려 오시어 직접 수 없는 괴로움을 당하셨다는 것을 아십시오. 그의 괴로움으로 그가 당신 교회를 세우셨으니, 이 교회도 십자가와 고난 가운데에서 자라야 하는 것입니다. 구세주께서 하늘로 올라가신 후 사도시대(使徒時代)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는 항상 천가지 박해 가운데에서 자라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교회를 공격하고 파괴하기 위하여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것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우리 조선에도 5,60년 전에 들여온 교회가 여러 번 풍파를 겪었지만, 아직 교우들이 있습니다. 오늘 박해는 시작되어 여러 교우와 나 자신이 옥에 걷혀 있고 여러분 모두가 한 몸을 이루고 있는 내가 그것을 괴로워하지 않을 수가 있고 인생(人性)은 이 참혹한 지경을 보고 괴롭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천주께서는 우리 머리칼의 수를 알고 계시며 그의 허락 없이는 그중의 한 오라기도 우리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의 거룩한 뜻을 따르고 우리의 으뜸이신 예수의 편에 서서 언제나 세속과 마귀와 대항하여 싸웁시다.

불안하고 혼란한 이 때에 우리는 용감한 군인과 같이 갑옷을 입고, 전쟁마당에서와 같이 싸워서 이깁시다. 무엇보다도 서로 사랑하는 덕을 잊지 말고 서로서로 도우며 천주께서 여러 분을 불쌍히 여기시고 여러 분의 기도를 들어 주시기를 기다립시오.

여기에 갇혀 있는 몇몇 교우는 천주의 은총으로 잘들 있습니다. 그들이 사형을 받게 되면 그 가족들을 잊지 마십시오. 여러 분에게 할 말이 많습니다만, 그것을 어떻게 편지로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여기서 끝마치기로 하겠습니다. 우리는 얼마 안 있어 싸우러 나갑니다. 제발 여러분은 덕을 닦아 하늘 나라에서 다시 만납시다. 내가 잊을 수 없는 사랑하는 교우들이여, 이 험한 시기에 쓸데없이 걱정을 하지 마십시오. 밤낮으로 천주의 도움에 힘입어 세 가지 원수, 즉 세 가지 욕정과 싸우고, 박해를 인내로 견디어 나가면 천주의 영광을 위하여, 남아 있을 이들의 구원을 힘쓰십시오. 박해의 때는 천주의 시험입니다.

세속과 마귀를 이김으로써 덕과 공로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재앙으로 인하여 겁을 내지 마시고, 용기를 잃지 말고 천주를 섬기는 데에서 뒷걸음을 치지 말며, 오히려 성인들의 뒤를 따라 교회의 영광을 더하고 여러 분의 주님의 참된 군인이고 선민(選民)이라는 것을 보여 주십시오. 비록 여러 사람일지라도 여러 분의 마음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애덕을 잊지 마시고, 서로 참고 서로 도우며 천주께서 여러 분을 불쌍히 여기실 때를 기다리십시오. 시간이 없어서 더 쓰지 못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교우들이여, 여러 분을 모두 천국에서 만나 함께 영원한 복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여러 분에게 간절한 인사를 드립니다.

 

(大建) 안드레아 신부.』

 

추신(追伸).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천주의 명령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모든 것이 천주께로부터 오는 상이나 벌입니다. 박해까지도 그의 허락으로만 오는 것이니 참을성 있게 또 천주를 위하여 견디십시오. 다만 당신 교회에 평화를 돌려 주시도록 눈물로 간청하십시오. 내 죽음은 물론 여러 분에게 타격이 될 것이고 여러 분의 영혼은 슬품 속에 빠질 것입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천주께서는 여러 분에게 나보다 나은 목자들을 주실 것입니다.

그러니까 너무 슬퍼 마시고 천주를 큰 애덕으로 마땅하게 섬기도록 힘쓰십시오.

애덕으로 결합하여 있읍시다. 그러면 죽은 다음에 우리는 영원히 결합하여 있을 것이고 영원히 천주 대전에서 누릴 것입니다. 천만 번 그렇게 하기를 바랍니다.